Languages
Korean

A
English
웹진 山:門 2026 가을
CHOICE
초이스┃관계와 소통,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
서울돈화문국악당 상주단체 광대생각 신작 <코공>
최윤우


❝한 알, 두 알, 세 알, 네 알… 다섯 여섯 알? 

완두콩 두 알이 딱 붙어서

아니, 완두콩 한 알이 요상하게 벌어져서 

어찌 보면 눈사람 같고 저찌 보면 오뚜기 같다.

콩콩 튀지를 못하고 떼굴떼굴 구르지 못해 

코공, 코공, 뒤뚱뒤뚱 걸어간다.❞

 

어떤 언어들은 그 자체만으로 풍성해지는 말맛이 있다. 특히나 공연 언어를 창작하고,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주요 상징이 되는 캐릭터를 창조하거나, 무형의 오브제에 상상력을 덧붙일 때도, 움직임의 흐름을 생동감 있게 만드는 리듬과 호흡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된다. 창작연희단체 광대생각의 신작 <코공> 역시, 제목이 주는 편안함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리듬감이 있다. 그것은 몸짓과 소리, 재담을 중심으로 전통 연희의 흥미로움을 발견해 왔던 이들의 언어와 닮았다. 

 

연희적 몸짓으로 만나는, 

코와 콩의 여정

창작연희단체 광대생각의 신작 <코공>의 출발은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정운이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자녀와의 관계,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출발했지만,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서로 가까운 존재들 사이의 관계로 이야기가 확장됐다. 그런 관계의 갈등과 감정, 관계의 변화를 전통 연희의 움직임과 장단을 중심으로 공연적 상상력을 더했다. 하지만, 작가적 관점과 이야기의 구성이 전부 공연으로 무대화는 되는 것은 아니다. <코공>이라는 또 다른 형식적 시도를 가능케 했던 과정에는 지난여름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5주간 진행됐던 연희 체험 프로그램 ‘연희 모험 극장’이 공연 확장의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저희가 서울돈화문국악당 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여름에 공공 프로그램으로 ‘연희 모험 극장’을 진행했는데, 탈춤을 주제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이번 작품의 중요한 발판이 되었어요. 당시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이름이 가진 의미와 현재의 상태를 ‘장단과 반복되는 몸짓’으로 시각화해 보는 시도였어요. 아이와 부모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탈춤을 완성해 내는 모습을 보며, ‘연희적 신체 언어’가 가진 강력한 소통력과 내면 표현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어요.

<코공>은 그 경험을 한 단계 확장한 작품이에요. 탈이나 거창한 장치에 의존하기보다, ‘콩’이라는 특수한 정체성과 관계 속에서 겪는 감정의 상태, 갈등의 파동을 배우들의 독창적인 탈춤적 움직임과 장단으로 시각화해보고 있는 작품입니다.❞

- 작가, 연출 김정운

  

인간이 아닌, 그렇다고 사물도 아닌, 특수한 정체성을 가진 ‘콩’의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전통 연희의 몸짓이 가진 강력한 소통력과 내적 표현의 가능성으로 접근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기저에는 자신만의 탈춤을 만들어가던 참여자들의 모습에서 발견되었다. 

연희극에서 문법처럼 필요한 순간에 활용되는 춤과 움직임이 아니라, 깊은 언어와 감정을 몸짓 자체로 표현해 보는 것, 전통 연희가 특정한 기술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개인의 감정과 내면을 표현하는 언어가 될 수 있는가, 광대생각의 또 다른 도전이다. 문제는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이다. 콩을? 콩들의 관계를? 작품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 주요 표현 방식을 오브제로 생각했던 이유도 이러한 고민 때문이었다. 

❝너무 다른 세계니까요. 처음에 오브제로 상상했던 것도 ‘이건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관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콩은 자연물이기도 하고, 인간과는 다른 규칙과 법칙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오브제로 표현하는 것은 너무 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이것을 연희자들이 몸으로 해내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았죠.❞ - 작가, 연출 김정운

❝우려스러웠던 것은 단순히 콩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콩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콩이라는 생명체는 어떤 감정을 가질까?, 그 감정을 다시 콩의 몸으로 표현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하게 됐던 것 같아요. 

더 친한 관계일수록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정들이 있고, 표현하지 못하는 말들이 있고, 표현이 잘못되어 전달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코와 공의 여정을 보면서 서로 가깝지만 어떨 때는 멀게 느껴지고, 또 너무 멀리 있지만 가깝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는데, 그 바탕에는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통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는 것, 그런 것들이 작품에 잘 녹아 있는 것 같아요.❞ - 대표 선영욱(코 役) 

 

연희의 개방성과 유동성,

무대 위 그려진 또 다른 마당

<코공>이 무대화되는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흥미로움은 소리와 재담의 만남이다. 재담을 ‘장단 안에서 말해지는 선율 있고 음률 있는 말하기’라고 정의하고 있는 광대생각은 재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굉장히 특화된 연희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 공연 역시, 전통 장단과 재담을 어떻게 살리고 붙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서양악기인 전자기타와 베이스, 카혼을 활용한다. 서양의 선율 악기로 전통 장단을 연주하고, 그것을 재담과 만나게 하는 시도들이 어떤 정서로 확장되는가도 주목해 볼만한 요소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무대 공간이다. <코공>은 무대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움직이는 공간으로 상상했다. 콩들의 움직임에 따라 장소 이동이 많은 작품의 특성 때문에 연희자의 호흡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공간들을 고민했다. 지난해 광대생각의 신작 <열매달>에서 함께 작업했던 신승렬 감독이 이번에도 참여했다. 

❝연극과 전통연희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서 무대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신승렬 감독님과의 협업은 전통연희가 벌어지는 판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극장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코공>은 이끼밭, 갈잎밭, 하늘끝 벼랑, 꽃밭, 콩밭 등 시시각각 장소가 이동하는 여정극입니다. 이 수많은 공간 변화를 고정된 세트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희자들의 움직임과 이야기가 함께 숨 쉬며 유기적으로 변형되는 환경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고민하고 있어요. 이런 고민과 아이디어들이 구체화 되고 실현된다면, 무대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코와 공의 심리적, 공간적 여정을 생생하게 보조하고 확장하는 유기적인 플레이어로 존재하게 될 거예요.❞ - 작가, 연출 김정운

  

서로 다른 속도,

기다릴 수 있는 마음 

거대한 담론과 자극적인 무대가 많아지는 요즈음, 창작연희단체 광대생각의 <코공>을 슬며시 들여다보면 어느덧 입가에 선한 미소가 담긴다. 어린아이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 같기도 하고, 웃음기 가득한 개구쟁이 꼬마들의 익살스러운 투정도 보이고, 상처 입은 마음을 스스로 견뎌내며, 가끔은 쉬어도 가고 싶은 어른의 모습도 보인다. 그 속에서 <코공>이 건네고 싶은 이야기는 명확하다. 

❝어린이들에게는 “남들처럼 빠르게 구르거나 높이 튀어 오르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 다르게 생겼어도, 가다 넘어지고 긁히더라도 상관없어. 나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탐험하는 건 정말 신나고, 멋진 일”이라고 말하고 싶고, 이 공연을 보러 온 부모님과 어른들에게는 “나의 사랑하는 ‘콩’이 스스로 구르다 상처 입을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꺼이 믿고 기다려줄 준비가 되셨나요? 하는 말을 건네고 싶어요. 결국 각자의 자리에서 떼구르르 구르다가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성장을 손뼉 치며 반가워할 수 있는 건강한 거리감과 독립의 가치가 가족 모두의 마음에 묵직한 온기로 남기를 바라고 있어요. ❞ - 작가, 연출 김정운

<코공>은 아이들이 전통 연희의 가치, 전통 연희의 멋과 맛을 느끼면서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 전통 연희가 지루한 옛날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가 함께 어울리고 놀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작품을 개발해 온 광대생각의 지향점과 닿아있다. 이야기는 분명하고, 표현은 흥미롭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엿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삶을 담담히 생각해 보게도 한다.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모습에서 즐겁게 상기된 얼굴이 될 수 있을 만큼, 함께 하는 공연, 누구나 마음껏 볼 수 있고, 놀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단체의 공연 언어가 이번에는 <코공>으로 현현된다.

 

2026 서울돈화문국악당 상주단체 광대생각 신작 <코공>

  • ​일시: 2026. 10. 30. ~ 10. 31.(금,토) / 평일 19:30, 주말 11:00, 14:00
  • 장소: 서울돈화문국악당
  • 문의: 02.3210.7001 

 

최윤우
월간 <한국연극>, 웹진 <연극in> 편집장을 지냈다. 연극평론가이자, 새움예술정책연구소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공연예술축제 기획 및 예술 정책연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윤우
월간 <한국연극>, 웹진 <연극in> 편집장을 지냈다. 연극평론가이자, 새움예술정책연구소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공연예술축제 기획 및 예술 정책연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위젯
인스타그램
월간일정 위젯
월간일정
오시는길 위젯
오시는길
주차안내 위젯
주차안내
대관서식 위젯
대관서식
문의하기위젯
문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