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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山:門 2026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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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집중하는 건 우리 음악의 장단이다
소나기 Project 20주년 기념공연 <삼채 三彩>
염혜원


예술하는 사람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고 이름을 짓는다. 으레 추구하는 창작의 방식이나 태도, 예술에 대한 철학이나 믿음이 거기에 담긴다. 이를테면 예술을 통해 세상과 관계 맺고자 하는 선택적인 실천의 방식을 내포하는 셈이다. 그렇게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하나의 존재가 되고, 살아 있는 존재로서 꿈을 꾸기 시작한다. 도중에 꿈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 변화 역시 자연스럽다. 살아 있다는 건 매 순간 서성이며 어딘가로 향하는 게 아닌가.

오는 7월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만나는 소나기 Project 20주년 기념공연 Part-2 <삼채 三彩>는 전통 장단을 근간으로 하는 창작 타악 공연인 동시에 어느 음악 단체가 지난 20년 동안 고수해온 실천의 방식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단체의 원년 멤버인 세 명의 아티스트(장재효, 정현아, 류승표)가 주축이 되는 이번 공연에 앞서, 지난 3월에 기념공연 Part-1이 진행되었다. ‘타악기 바탕의 솔로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장구를 중심으로 한 창작 타악 공연’으로 이어진, 한 단체가 일궈낸 음악적 궤도를 집약한 무대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에 예술가들의 연대와 창작의 동력을 마련하고자 소나기 Project를 설립한 장재효 대표를 만나 그 여정에서 비롯된 <삼채>를 들여다본다.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위한 선택  

소나기 Project를 설립하기에 앞서 장재효 대표는 1996년부터 프로 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해 2000년 이후 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해외에서의 음악 활동이 잦았다. 해외 음악축제와 마켓, 레지던시 등의 참여로 활동 일정이 빼곡하게 채워지는 가운데, 그는 타악기 연주자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 다양한 예술가와 교류하며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바라게 된다.

“일단 제가 월급을 주는 시스템도 아니었고 그걸 목표로 하지도 않았어요. 그러니까 무리를 안 했어요.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어느 한 작품을 가지고 마케팅을 하다 보면 연주자의 활동 폭이 굉장히 줄어들게 되거든요. 자기 발전 면에서 안 좋게 작용하는 경우를 좀 봤었고요. 특히나 저처럼 타악하는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레퍼토리만 하게 되고 개인 투자라든가 이런 것들에 소홀해지기 쉽거든요. 또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단원들한테 여기에 소속된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언제든지 와서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는 어떤 판 정도로만 여기시라 했어요, 작품을 할 때도요. 예술적인 이상이야 높지만,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그렇게 20년이 지나 지금의 전통 분야만을 한정한다면 여전히 전통 예술 공연으로 수입이 되거나 투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고 시장도 좀 없어요. 예술가의 창작 환경도 여전히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지원 없이 자립해서 티켓 수입으로 단체 활동의 수익을 창출해내는 그런 단체로까지 못 간 건 아쉽지만, 앞으로 그런 팀이 나오기 위해서는 저희같이 고생하는 팀들이 버텨주면서 이 판의 바닥을 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뭐 개인적으로는 슬프지만, 누군가를 받드는 돌판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내 역할이라면 해야겠구나 하며 눈물을 머금고 하고 있습니다.”

 

 

삼채, 그 본연의 아름다움

소나기 Project가 결성되고 난 뒤 2008년에 발표한 첫 작품이 <바람의숲>이다. 이후 단체의 동인으로 구성된 여러 공연팀으로 활동을 전개해 나가면서 다양한 레퍼토리(<힐링퍼커션 바람의숲>, <섬기는 마음 孝(효)>, 음악축제 씨나위(See Now We festival), <퍼커셔니즘> 등)를 쌓아나갔다. 느슨한 연대라는 걸 강조하지만, 음악으로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공유하고 서로의 활동에 힘을 보태는 품앗이(소나기 Project를 수식하는 또 다른 이름은 ‘문화예술두레’다)를 통해 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장재효 대표는 ‘누군가를 받드는 돌판’을 만들기 위해 국악을 근간으로 하는 창작 음악과 월드뮤직을 소개하는 축제의 예술감독이나 음악감독,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젊은 음악 단체의 작업을 독려하며 자연스레 길을 터주는 멘토가 되었다. 하지만 월드뮤직, 다원예술, 퓨전음악 등의 명명으로 단체의 활동을 구분 짓고 규정해버리는 단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 음악의 본류를 계속해서 고민했고 그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거쳐 이제는 중견 예술가에 이른 장재효 대표는 한편으로는 홀가분해 보인다. (사실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그는 어느 예술단의 예술감독 직을 그만두고 2025년 1월부터 프리랜서가 되었다고 한다.) 집중하는 건 우리 음악의 장단이다. 판소리가 좋아서 뮤지션의 길을 걸었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삼채’는 장단의 이름이기도 하거든요. 농악에서 주로 쓰긴 하지만 그 꼴만 놓고 봤을 때는 한국 전통 음악의 여러 군데에 굉장히 다양하게 쓰이는 게 바로 이 장단 꼴이에요. 그런데 전통 음악을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게 재미가 없는 거예요. 자주 하는 것이니까요. 한편,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장구를 들고 전통적인 어떤 뉘앙스를 가지고 있으니, 장구니까 전통이지, 라는 그런 고정관념의 벽도 느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벽이 좀 많았네요. 아무튼 <삼채>를 통해 우리 전통 장단이 갖고 있는, 그 삼채 가락의 매력을 좀 다양하게 음악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어요. 이걸 설명하기가 좀 쉽지가 않은데요. 먼저 세 명의 타악기 연주자(장재효, 정현아, 류승표)가 모여 3인 3색을 보여주겠다는 게 하나가 있고, 세 사람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이를테면 세 가지 무늬, 세 가지 빛이 만나 발할 수 있는 또 다른 것이 있다고 봐요. 

 

사실 이번 작업은 다소 시간이 걸리네요. 일단 예전에 게을렀던 과거에 장재효가 놓친 부분, 그때는 어려서 그냥 도망가지, 뭐 이렇게 피해 왔던 허들을 지금은 제대로 넘고 싶거든요. 누구나 그런 게 있을 수 있잖아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꼭 했어야만 하는 어떤 과정들이 있었을 텐데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던 것 말이에요. 그런데 음악적인 공부나 기량을 닦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전통 음악에 대한 시각이 좀 넓어지면서 음악이 보이고 예술이 보이고 문화가 보이다 보니 할 게 점점 더 많아져요. 내가 알던 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어쨌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꾸준히 창작을 해 왔는데 결정적으로 방향을 틀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더는 전통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게 2020년대 초였는데, 이번 2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지금 <삼채>라는 작품을 더 들여다보는 건, 제가 장구 연주자로서 삼채스럽지 않은 것들을 그동안 좀 많이 했는데요. 물론 (이번 공연도) 여전히 삼채스럽지 않겠지만, 그래도 삼채 그 본연의 아름다움에 다가가려고 전보다는 더 노력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아주 단편적인 얘기인데,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제가 장구와 꽹과리를 들고 해외에 나가서 “한국의 전통 뮤지션이야.”라고 얘기하면 바로 “너의 전통 음악을 보여줘”라고 해요. 내 음악이 궁금한 게 아니라는 게 좀 싫더라고요. 물론 일종의 자격지심도 있었던 거죠.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해내고자 하는, 이루고 싶은 건 이런저런 수식어를 빼고 아티스트 장재효, 뮤지션 장재효의 생각이 담긴 어떤 음악, 어떤 작품을 제가 만족하는 수준으로 더 해보고 싶은 거예요. 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을 위해 어떤 철학을 담고 어떤 컨셉을 가지고 그게 얼마나 무대에서 오롯이 구현되는지, 또 관객들과 제가 바라는 이상의 공감대를 어떻게 확장할지가 이제 남은 숙제네요.”

 

 

장재효 대표에게 자연의 속성을 닮은 혹은 이를 잘 표현하는 악기는 무엇이냐고 물으니 단박에 타악기를 꼽는다. 그의 지론을 짧게 정리해본다면, 음악의 기본 3요소인 선율과 화성, 리듬이 있는데 화성이나 선율만 가지고는 음악은 안 되는 것 같다며 리듬은, 가령 악기가 없어도 손뼉을 마주치거나 몸을 울림통 삼아 장단을 갖추면 음악적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주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없이도 딱 만졌을 때 소리가 나는 타악기는 여느 악기보다 자연의 파장을 바로 전달한다고. 어쩌면 이 자연의 파장이 미치는 현상을 좇아 소리와 호흡으로 빚어낸 것이 우리 음악의 장단이지 싶다. 그 장단을 제대로 파고들고 담아내기 위해 기꺼이 느린 호흡의 일상을 택한 장재효 대표는 <삼채>로 빚어낼 장단의 변주와 발견을 통해 소나기 Project의 다음 행보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소나기 Project 20주년 기념공연 <삼채 三彩>

  • ​일시: 2026년 7월 18일(토) 15:00
  • 장소: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 문의: 02.6358.5500

 

염혜원
월간 한국연극, (재)국립오페라단,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다. 공연에 관한 다양한 글쓰기와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염혜원
월간 한국연극, (재)국립오페라단,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다. 공연에 관한 다양한 글쓰기와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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